나의 창작시

눈 쌓인 도시 풍경

신사/박인걸 2024. 11. 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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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쌓인 도시 풍경
  •  
  • 새벽 고요 속에 눈이 덮였다
  • 이 도시는 흰 이불을 덮은 채,
  • 얼어붙은 출근길을 시작한다.
  • 지하철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한숨과
  • 졸린 눈으로 버텨내는 셀러리맨들의 전쟁터
  • 눈 위에 발자국이 뜨거운 인두 자국 같다.
  •  
  • 길모퉁이에서 상자를 접는 노인의 손
  • 두평 난로 없는 방에 남은 가족을 떠올린다.
  • 길가 커피 향기는 멀리서도 달콤한데
  • 종이 컵의 온기조차
  • 그의 얼어붙은 손에 닿지 않는다.
  • 땀이 아닌 눈물이 오늘의 따뜻함을 녹일뿐이다.
  •  
  • 시장에서 리어카를 끄는 짐꾼들
  • 이른 새벽부터 눈을 맞으며 짐을 기다리지만
  • 먼동이 터오도록 짐이 없어 한숨만 쉰다.
  • 차가운 가로등 아래
  • 벌떼처럼 눈송이 날아들때면
  • 그들에게는 얼어붙은 바람만이
  • 불에 덴 흉터처럼 남는다.
  •  
  • 밤이 되어도 도시의 눈은 녹지 않는다.
  • 거리의 불빛은 환하지만,
  • 그 빛은 고단한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앉는다.
  • 누군가의 창문 너머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 길 위의 침묵을 쪼개는 밤
  • 눈은 슬픔을 덮으려 더 두껍게 내린다.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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