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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廣野)
끝없이 펼쳐진 아득한 들판뿐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광야이다.
어떤 민족이 사십년간 걸어갔다는 그 광야를
나는 칠십년 째 걷고 있지만 끝이 없다.
내가 자원한 길이 아니었고
누가 나에게 오라고 한 길도 아니었다.
내가 나를 인식하게 되었을 때
자신이 광야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은 굶은 늑대처럼 표호하고
황사 먼지는 검은 굴뚝처럼 토해냈다.
고독은 여름 빗물처럼 스며들고
꿈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일용할 양식은 만나처럼 내리지 않았고
반석을 갈라 물을 낼 수도 없었다.
핍절한 여망은 자주 배반을 당했고
지저분한 배신이 종잇조각처럼 뒹군다.
탈주할 퇴로는 처음부터 막혔고
굴레 씌운 당나귀마냥 외길을 가야한다.
밤에는 아침을 기다렸고
아침에는 저녁이 오기를 고대한다.
드넓은 광야 한복판을 걸어가며
방향만을 잃지 않으려 별만 보았지만
별이 떨어질 때면 뒷걸음질 쳤다.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여전히 나는 고달픈 길을 걷고 있다.
나의 광야는 절망이 소망을 잡아먹는다.
광야에는 오늘 눈이 내린다.
20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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