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
목이 잘린 꽃이여
곧 시들어버릴 운명이며
이미 끝난 목숨이여
다시 살아 날 수 없는 사체여
하늘거리며 피어날 적에
세상이 밝게 빛났고
그윽한 향기에 취해
벌 나비도 비틀거렸다.
무리지어 핀 꽃밭에서
너나할 것 없이 탄성을 질렀고
그 곱고 산뜻한 색깔은
어두운 밤도 대낮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 끝난걸 뭐
뿌리 없는 생명이며
씨앗 없는 빈껍데기에
가련하고 슬픈 이야기일 뿐
내일이면 버려지고
모레가 오면 짓밟히리.
꽃으로 태어난 다는 것은
처음부터 위태로운 곡예였다.
2021.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