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꽃꽂이 꽃

신사/박인걸 2021. 1. 31. 22:00

꽃꽂이

 

목이 잘린 꽃이여

곧 시들어버릴 운명이며

이미 끝난 목숨이여

다시 살아 날 수 없는 사체여

 

하늘거리며 피어날 적에

세상이 밝게 빛났고

그윽한 향기에 취해

벌 나비도 비틀거렸다.

 

무리지어 핀 꽃밭에서

너나할 것 없이 탄성을 질렀고

그 곱고 산뜻한 색깔은

어두운 밤도 대낮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 끝난걸 뭐

뿌리 없는 생명이며

씨앗 없는 빈껍데기에

가련하고 슬픈 이야기일 뿐

 

내일이면 버려지고

모레가 오면 짓밟히리.

꽃으로 태어난 다는 것은

처음부터 위태로운 곡예였다.

202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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