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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한(冬寒)의 땅
파카모서리로 한기(寒氣)가 스미고
기압계 수은주가 바닥을 걷는다.
아침마다 짓던 까치들도
시린 발을 감추고 어디론가 숨었다.
이런 겨울을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다.
한강이 얼어붙던 그해 노량진 언덕에서
내 양 볼에 눈물이 얼어붙었고
세계 올림픽이 잠실벌을 달구던 여름이
나에겐 희망이 얼어붙는 동한이었다.
고난풍파가 눈앞을 가리는 벌판에 서서
지푸라기 하나 붙잡을 여력도 없어
쏟아지는 재앙이 두 시야를 가려
눈을 들고 하늘을 바라볼 수 없었다.
나는 쓰러지지 않으려
간과 쓸개를 꺼내 빨래 줄에 걸어놓고
막다른 골목에 출발선을 그은 후
나 홀로 마라톤 호각을 불고 뛰었다.
백 오리 길이 아니라 삼만 오천오백 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맨발로 달렸다.
동한의 땅을 벗어나는 길은
미래의 속으로 힘차게 달려가는 것이다.
진눈깨비처럼 쏟아지는 코로나가
질척거리는 진창길을 밟으며
때론 마스크를 뚫고 비말이 스며들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하지만
동한의 구역을 꿋꿋이 견디어 온 나는
신비한 통찰력으로 아직은 무사하다.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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