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동한(冬寒)의 땅

신사/박인걸 2021. 1. 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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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한(冬寒)의 땅

 

파카모서리로 한기(寒氣)가 스미고

기압계 수은주가 바닥을 걷는다.

아침마다 짓던 까치들도

시린 발을 감추고 어디론가 숨었다.

이런 겨울을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다.

한강이 얼어붙던 그해 노량진 언덕에서

내 양 볼에 눈물이 얼어붙었고

세계 올림픽이 잠실벌을 달구던 여름이

나에겐 희망이 얼어붙는 동한이었다.

고난풍파가 눈앞을 가리는 벌판에 서서

지푸라기 하나 붙잡을 여력도 없어

쏟아지는 재앙이 두 시야를 가려

눈을 들고 하늘을 바라볼 수 없었다.

나는 쓰러지지 않으려

간과 쓸개를 꺼내 빨래 줄에 걸어놓고

막다른 골목에 출발선을 그은 후

나 홀로 마라톤 호각을 불고 뛰었다.

백 오리 길이 아니라 삼만 오천오백 리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맨발로 달렸다.

동한의 땅을 벗어나는 길은

미래의 속으로 힘차게 달려가는 것이다.

진눈깨비처럼 쏟아지는 코로나가

질척거리는 진창길을 밟으며

때론 마스크를 뚫고 비말이 스며들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하지만

동한의 구역을 꿋꿋이 견디어 온 나는

신비한 통찰력으로 아직은 무사하다.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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