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12월

신사/박인걸 2020. 12. 2.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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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시간이 휘황(輝煌)했던 잎들을 긁어모아

나무밑동에 골고루 분배하듯

나는 짐을 내려놓은 나귀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12월을 맞는다.

지저분한 거리를 헤집으며

보물찾기 하듯 샅샅이 뒤졌지만

손에 쥐어지는 것 하나 없는 실망감에

자주 날밤을 세우며 괴로워했다.

새순처럼 꿈을 밀어 올리며

토란잎처럼 희망의 영역을 넓혔지만

코로나 19재앙에 갇혀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실감했다.

돌림병보다 더 무서운 괴질은

스스로에게 증여하는 절망감이며

포수의 기만전술에 속아 넘어간

어리석은 한 마리 사슴이었다.

가을 이파리들이 일제히 지던 날

미련하나 없이 사라지는 뒷모습에서

가벼워지는 삶의 진리를

구원 얻는 교리(敎理)처럼 터득했다.

일제히 일어선 나목들이

신체검사를 받는 예비 장병 같다.

12월에는 속옷까지 벗어버리고

아무 탈 없이 새해로 건너가고 싶다.

20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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