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첨탑에 세워진
빨간 네온의 십자가가
죄악으로 어두운 도시에
등대처럼 밝게 빛난다.
가슴을 깊이 울려주었던
옛 종소리는 지금 사라졌어도
그 자리에서 비추는 불빛은
방황하는 이들의 좌표다.
세상이 너무 어두워
십자가는 촘촘히 빛나건만
휘황찬란한 네온 아래서
군상(群像)들은 여전히 사납고
불빛 보다 더 새빨간
피 흘리며 죽은 예수의
안타까운 구원의 외침을
들으려는 이 없어 애달프다.
아직도 저 십자가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자 있어도
밤하늘에 빨간 십자가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 눈빛이다.
20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