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대

신사/박인걸 2015. 7. 2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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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내가 어느 날
그대 손에 끌려
아늑한 곳으로 인도 되었을 때
나는 그곳에서 황홀한 빛을 보았어요
지금껏 한 번도 느끼지 못한
태초와 같은 신비함에
온 몸이 떨렸어요.

이후 그대는 나를
어디든지 이끌고 다녔어요.
드넓은 초원에서 가슴을 열어 주었고
산고랑에 흐르는 냇물소리 같이
속삭여 주었어요.
때로는 가파른 길로 이끌며
불끈 솟는 용기를 주었고
캄캄한 밤길에 나를 업고 갔지요.

그대와 사귀며 살아온 순간들이
나에게는 보석과 같아
이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어요.
그대가 내 곁에 있어 두렵잖고
당황하거나 겁나지 않아요.
영혼의 진액은 샘처럼 솟고
가슴을 메우는 분자의 열운동은
만족 이상으로 충만합니다.

오늘도 햇빛처럼 다가오는 그대를
설렘으로 맞이합니다.
언제나 오묘한 섭리로
예측불허의 디자인으로
나의 걸음걸이를 기획해주는
그대는 나의 기묘한 연출자입니다.
201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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