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저녁 문풍지 틈새를 테이프로 막고보일러 온도를 적정에 맞춘 후거실 창가에 홀로 서서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바라본다.헐벗은 버즘나무 가지가지나가는 차량의 난류에 휘청일 때면그 흔들림이 내 속까지 스며들어삶의 애환을 할퀴고 지나간다.영하의 바람이 머릿결을 잡아당기던 그해 겨울단칸방 월세살이 연탄난로 하나에 의지해세 식구는 수제비 국물로 허기를 달랬다.연탄불 걱정에 밤새 뒤척이던 아내의 그림자가새벽 어스름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손에 쥔 건 낡은 가방 하나가슴엔 막연한 기대와 불안뿐이었고,사다리 없는 현실의 장벽 앞에두 주먹을 쥐었지만, 매일 무너져 내렸다.가슴에 품었던 꿈은 부서져 사라지고긍지와 포부마저 바람에 날려버렸다.내 슬픈 영혼은 싸늘한 바닥에 누워고향산천을 떠올리며 소리 없이 울었다.오늘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