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고민 가을의 초엽을 지나황혼의 깊은 그림자가 드리우고분요하던 세상은 잠잠해지고찬 이슬이 풀잎에 쌓일 때새벽공기는 옷자락을 파고든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초목들은스스로를 치유하며무거웠던 짐을 발아래 내려놓고이제야 삶의 숨결이 가벼워진다.두려움 속에 숨었던 기운들이따스하게 하나둘 물러가고나뭇가지에 금빛으로 물든 잎들은빛바랜 그것이 아닌새로운 시작의 얼굴로 다가온다. 바람결에 춤추는 잎사귀들은마치 가라앉는 강물처럼나의 마음을 조용히 감싼다.결실의 수확은 정량을 채우고자연은 겸손하게 물러선다.조용히 흐르는 시간 앞에나는 나를 그 흐름에 맡긴다. 번식과 성숙의 날들은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간다.가을은 다만, 또 다른 시작일 뿐그 속에서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할지깊은 생각에 사로잡힌다.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