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리네.차분히 적시는 거리는지난날의 그리움에 잠기고누군가를 설레이며 기다렸던젊은 시절이 문득 스쳐가네. 낡은 연민의 조각들은빗방울 사이로 떠돌고사랑의 상처는 빗소리에 섞여조용히 어디론가 흘러가고내 마음은 점점 가벼워지네. 고달픈 인생길 위에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본 하늘은끝없는 어둠 같지만오늘 내리는 비는 모든 앙금을 씻어내고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네. 비 내리는 거리를 걸을 때외로움마저 친구 되어늙음의 그림자를 느껴도젊은 나무처럼 푸르던 시간들이안경 렌즈 너머로 춤을 추네. 이제는 그리움도 연민도 모두 흘려보내며가을 비와 함께 관조하네.가을비 속에 남은 나의 자리는조용한 안식의 순간일 뿐이네.2024,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