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을 나는 어느새 산등성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비바람에 닳고 햇살에 물들어이제는 잎을 붙잡을 힘이 없다.잎이 낙엽처럼 지겠지만나는 하나도 아쉽지 않다.사라짐은 끝이 아니고또 다른 시작일 뿐이니까.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진다.하지만, 시간이 흩어지는 소리일 뿐나의 옛꿈을 앗아가지는 못한다.아직도 나는 꼿꼿이 서 있으니까.바람은 나에게 묻고 있다.그 많은 시간을 지나쳐 오면서무엇을 위해 살았느냐고나는 그져 흐르는 강물을 바라볼 뿐이다. 삶이란 움켜 잡으면 도망치고쫓아가면 멀리 사라진다.흘러가는 강물처럼파도치는 바다처럼 순리대로 살 때비로소 마음에 평온이 깃든다.내 인생에 찾아 온 가을나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바람처럼 낙엽처럼 그져 흘러가버리면 되는 것이다.2024,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