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했던 기억 그 길을 지나갈 때면 쓸쓸히 떠나가던 네 등이 보인다. 중앙선 열차가 팔당댐을 돌아 긴 기적을 울리며 멀리 사라질 때 뇌우는 호수 위에 쏟아지고 물보라 세차게 일어나 갈대숲 물이랑처럼 너울거렸다. 건너편에 일어선 나지막한 언덕에 머리풀어헤친 안개는 길을 잃고 무질서하게 피어난 개망초 꽃 몸서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예견된 이별은 애달프게 찾아왔고 한마디 말도 없이 돌아서는 매정한 너를 붙잡지 않은 그날의 기억은 회한으로 남는다. 너의 산들빛 향기는 아직 남아있고 그윽하던 눈빛은 붉은 꽃잎처럼 빛난다. 장맛비 비틀거리며 내릴 때면 간직했던 기억을 끌어올린다. 2023,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