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내가 살던 옛 마을

신사/박인걸 2025. 4. 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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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살던 옛 마을
  •  
  • 옛 마을옥수수 짙게 우거진 밭둑 길에
  • 새하얀 바둑이 한가로이 나를 따르고
  • 보랏빛 콩꽃 수줍게 핀 오솔길에는
  • 산까치 떼 모여 앉아 모이 찾는다.
  • 송아지 딸린 어미 소는 낮 잠에 들고
  • 순박한 암염소는 젖이 불었다.
  • 어린 학동은 앞집 소녀와 손을 맞잡고
  • 황금 들판을 가로지르며 정답게 웃는다.
  • 낮달은 어느덧 하늘 한가운데 머물며
  • 바람결에 실려 온 노래로 두 마음을 감싼다.
  • 흰 구름은 유랑하듯 어디론가 떠나고
  • 이랑 끝자락 허리 굽은 아버지는 애처롭기만 하다.
  • 검게 그을린 주름진 살결 위로
  • 흙먼지가 덮여 가난을 두른다.
  • 거칠어진 손마디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이고
  • 땀방울은 이랑 사이로 빗방울이 된다.
  • 어디선가 흐르는 풀피리 소리
  • 호박꽃 위를 맴도는 뒹벌의 잔잔한 노래
  •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마저도
  • 추억 속 그 마을에선 한 폭의 그림 되니
  • 아름답지 않은 것 하나 없다.
  • 20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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