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담쟁이 제국

신사/박인걸 2024. 10. 31. 04:09
  • 담쟁이 제국
  •  
  •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시작 된 꿈
  • 쇠를 움켜잡고 조용히 기어오른다.
  • 벽은 가파르고 미끄러져도
  • 담쟁이 넝쿨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 화판을 채우는 한폭의 그림처럼
  • 섬세하면서도 아주 끈질기게
  • 비에 젖고 바람에 흔들려도
  • 아무 말 없이 기어오른다.
  • 햇살이 찾아오지 앉는 곳에서도
  • 포기하지 않고 팔을 뻗는다.
  • 거꾸로 매달려 어지러워도
  • 더욱 낮은 몸으로 엎드린다.
  • 맞잡은 손길에 의지가 있고
  • 서로가 길을 여는 연대감이 깊다.
  • 포기하지 않는 배짱으로
  • 억센 벽을 녹여나간다.
  • 어둠 속에서도 항상 빛을 찾아
  •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영역을
  • 특유의 기술과 도전의지로
  • 자신들만의 세상을 창조한다.
  • 사막보다 더 삭막한 방음벽에
  • 담쟁이 제국을 곱게 세웠다.
  •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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