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신사/박인걸
- 날은 저물어 길을 지우고
- 나무는 깨끗이 속을 비우네
- 바람은 속삭이며 잎을 흔들고
- 더 깊은 계절로 스며드네.
- 지는 잎에서 허무를 느낄 때
- 아득한 저편은 나를 부르네.
- 낙엽 지는 소리에 사라진 이름들이
- 흐릿한 별빛 아래 맴돌고
- 어느새 잊으려던 기억이 되살아나
- 깊어가는 11월 밤에 젖고 있네.
- 가여운 영혼은 쉴 자리를 찾고
- 눈물도 이제는 위로가 되네.
- 마음속 묵은 자국들이
- 차갑지만 따스하게 빛나네.
- 2024.11.1
신사/박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