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비
- 하염없이 쏟아지는 가을비를 보면
- 툇마루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시던
- 울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
- 등지게 짐보다 더 무거운
- 가난의 무게에 가슴이 눌려
- 한숨짓던 아버지의 눈동자가 떠오른다.
- 인생길 굽이굽이 돌고돌아
- 익모초 생즙처럼 쓰디쓴 아픔에
- 가슴 깊이 골이 파였어도
- 박달나무 꼬챙이만큼 꼿꼿이 서서
- 한 뼘도 뒷걸음치지 않으며
- 궁핍과 싸우던 아버지의 의지가
- 가을비 오는 날이면 흔들렸다.
- 무엇이 서러운지 하늘은 연실 눈물을 쏟고
- 떨어지는 눈물이 아버지 가슴을 적셔
- 어느 덧 촉촉이 젓어드는 눈가에는
- 가을의 무게만큼 깊은 우수가 고였다.
- 나 또한 아버지 연한을 넘어
- 삶의 무게에 눌릴 때면
- 가을비 내리던 그 해 가을의 분위기가
- 우리집 창가에 내려앉는다.
- 오늘 내리는 가을 비에는
- 유난히 우수가 섞여 떨어진다.
- 202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