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을

신사/박인걸 2022. 10. 1. 19:25
  • 가을
  •  
  • 시간이 계절을 끌고 오는가.
  • 계절이 시간에 떠밀려가는가.
  • 짙푸르던 여름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 색바랜 나뭇잎에 가을이 고였다.
  • 늙은 잎들과 병든 풀숲에는
  • 풀벌레 애잔하게 흐느끼며 울고
  • 소리 없이 떨어지는 나뭇잎에는
  • 삶의 허무가 진하게 베어있다.
  • 누구를 위해 살아온 시간인가.
  • 무엇을 위해 견딘 세월인가.
  • 내팽개쳐진 이파리들의 체념이
  •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다가온다.
  • 그럴지라도 가지 끝에는
  • 형형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 엮어온 삶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 고운 빛깔로 보여준다.
  • 가을에는 결국 알맹이만 남는다.
  • 202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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