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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강나무
- 빨갛게 익은 애강(산사)이
- 대추보다 더 다닥다닥 달라붙어
- 늦가을 일어나는 바람에도
- 흔들릴지 언즉 흩어지지 않았다.
- 나는 어릴 적부터 어떤 의지가
- 나뭇가지처럼 뻗어내려
- 점점 굳어져 단단해진 껍질만큼
- 고집스럽게 꿈을 키웠다.
- 마을을 지나가던 새들마다
- 나를 향해 앉아 노래를 불러주었고
- 새들이 하늘위로 날아오를 때면
- 소년의 상상력은 구름위로 치솟았다.
- 누구도 내 손을 붙잡아주지 않았지만
- 나는 스스로 두 손을 뻗어
- 애강나무 정수리를 힘 있게 붙잡고
- 찢어지지 않는 깃발을 달았다.
- 여름날 뇌성이 하늘을 태우듯 요란하고
- 삼년 치 폭우가 삼림을 삼킬 때
- 내 소원을 알고 있는 애강 나무는
- 뿌리를 꺾는 흙탕물에도 넘어지지 않았다.
- 내가 놔두고 떠난 애강 나무는
- 아직도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려나.
- 그 깃발은 아직도 펄럭이려나.
-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내가 부끄럽다.
- 2021.5.8
![](https://blog.kakaocdn.net/dn/1xOQo/btrnEKf1hNT/k9ClanZKQcmnpi28OJeFS0/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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