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마로니에

신사/박인걸 2021. 5. 2. 19:19

마로니에

 

마로니에나무에 꽃이 솟아올랐다.

문학경기장 정원에 세 그루가

우거진 칠엽(七葉)을 바람에 나부끼며

가지마다 피워 올린 낯선 꽃송이마다

어떤 기도(祈禱)를 매달고 있다.

이국땅에 뿌리를 내린지 오래지만
이름은 여전히 마로니에

유행가 가사에서 그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샹젤리제 거리를 연상했었다.

비잔틴이나 로마네스크 혹은 고딕양식의

즐비한 중세풍의 건축물이 길게 늘어선

프레스코 벽화 새겨진 직선도로에

우아한 자태의 마로니에가

고대와 현대의 품격을 조화시키는

격조 높은 가로수를 연상했었다.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처음 봤을 때

나의 상상은 곤두박질치지 않았고

그 후 나는 마로니에 깊이 스며들었다.

줄기 색깔, 잎사귀, 꽃, 열매는

내 마음을 몽땅 끌어당겼고

계절마다 내뿜는 향기와 멋진 자태는

내 발걸음까지 기울게 했다.

오늘도 나는 마로니에 아래서서

행복한 향기를 허파에 가득 채운다.

20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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