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백철쭉 꽃

신사/박인걸 2021. 5. 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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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철쭉꽃

 

이토록 하얀 철쭉꽃이 핀 길을

나는 아무 말 없이 걷는다.

그 땅에도 여전히 철쭉꽃이 필 테고

너는 꽃향기 맡으며 혹여 나를 생각할는지.

나를 까맣게 잊었다할지라도

나는 하나도 섭섭해 하지 않는다.

자지러지게 터트린 꽃망울들이

파도처럼 바람에 출렁일 때면

너에 대한 내 감정들을

꽃가지들 사이에 숨겨 놓았었다.

하얀 꽃잎들이 속절없이 떨어지던 날

어쩔 수 없이 돌아서던 네발걸음을

나는 망연한 눈으로 바라만 보았지만

내 입술에는 원망 하나 없이

네가 밟고 간 꽃잎을 기억할 뿐이었다.

이제는 꼽을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하얀 꽃잎을 붉게 물들이고

그 곱던 네 얼굴이 이제는

구겨진 철쭉 꽃잎처럼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백 철쭉꽃이 필 때면

너에 대한 그리움에 밤마다 뒤척인다.

20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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