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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철쭉꽃
이토록 하얀 철쭉꽃이 핀 길을
나는 아무 말 없이 걷는다.
그 땅에도 여전히 철쭉꽃이 필 테고
너는 꽃향기 맡으며 혹여 나를 생각할는지.
나를 까맣게 잊었다할지라도
나는 하나도 섭섭해 하지 않는다.
자지러지게 터트린 꽃망울들이
파도처럼 바람에 출렁일 때면
너에 대한 내 감정들을
꽃가지들 사이에 숨겨 놓았었다.
하얀 꽃잎들이 속절없이 떨어지던 날
어쩔 수 없이 돌아서던 네발걸음을
나는 망연한 눈으로 바라만 보았지만
내 입술에는 원망 하나 없이
네가 밟고 간 꽃잎을 기억할 뿐이었다.
이제는 꼽을 수 없을 만큼의 시간이
하얀 꽃잎을 붉게 물들이고
그 곱던 네 얼굴이 이제는
구겨진 철쭉 꽃잎처럼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백 철쭉꽃이 필 때면
너에 대한 그리움에 밤마다 뒤척인다.
20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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