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어머니의 맷돌
옥수수를 맷돌에 갈던 어머니는
뽀얀 옥분(玉粉)을 뒤집어쓰고
백발이 된 머리카락 사이로 땀방울이 흘러
고된 아픔이 함지박에 가득 고였다.
어처구니는 거친 손의 지문을 지우고
연약한 무릎은 방바닥을 긁어
일어서는 어머니 뒷모습은
온종일 밭갈이한 암소의 걸음걸이였다.
맷돌의 무게만큼 두려운
삶의 중량에 짓눌려 곱던 얼굴은 삭았고
맷돌에 갈린 가루처럼
가녀린 어머니 몸매는 부서졌다.
서걱대며 돌아가던 맷돌소리는
어머니 가슴에서 터져 나온 넋두리며
온종일 맷돌 돌리던 어지럼은
챗바퀴 같은 어머니 인생이었다.
가여운 내 어머니가 안쓰러워
어처구니 마주잡고 몇 번 돌렸지만
오히려 짐이 됐던 어린 아이는
폐가에 버려진 맷돌 앞에서 가슴이 먹먹하다.
2021.2.2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