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비 내리는 날

신사/박인걸 2021. 3. 1. 21:52
반응형

봄비 내리는 날

 

싸늘한 봄비가 매화 꽃망울을 닦아주는

삼월 첫날 나는 아련한 옛 생각에 젖는다.

봇도랑에선 수양버들이

너의 긴 머리카락처럼 느려져

연두 빛 잎을 틔울 때면

막연한 그리움에 버들피리를 불었다.

아주 먼 곳에 있는 너를 생각하며

내 가슴은 연분홍 그리움으로 물들었고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을 때면

내 마음은 한 없이 녹아내렸다.

전화 한 통 걸 수 없던 막막한 시절

연락처마저 몰라 애태우며

일찍 핀 꽃잎만 따다 강물에 띄우며

내 마음 흘러 너 있는 곳에 닿기를 소망했다.

솜털이 부풀어 뽀송뽀송하던 너의 귀밑과

쌍까풀에 살짝 들어간 네 보조개와

수줍게 웃던 빨간 입술이

나를 향해 싱글 웃던 고운 기억에

내 마음을 너에게 도둑맞은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비오는 날이면 너에 대한 그리움은

악성 아토피 피부염처럼 돋아 오르고

작은 심장은 흉곽을 누르며 빨리 뛰었다.

이제는 먼 옛 이야기지만

오늘 같은 날은 기억의 앨범을 들여다본다.

2021.3.1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해 봄날  (0) 2021.03.09
하루  (0) 2021.03.04
산수유 꽃  (0) 2021.02.27
어머니의 맷돌  (0) 2021.02.26
생명(生命)  (0) 202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