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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날
싸늘한 봄비가 매화 꽃망울을 닦아주는
삼월 첫날 나는 아련한 옛 생각에 젖는다.
봇도랑에선 수양버들이
너의 긴 머리카락처럼 느려져
연두 빛 잎을 틔울 때면
막연한 그리움에 버들피리를 불었다.
아주 먼 곳에 있는 너를 생각하며
내 가슴은 연분홍 그리움으로 물들었고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들을 때면
내 마음은 한 없이 녹아내렸다.
전화 한 통 걸 수 없던 막막한 시절
연락처마저 몰라 애태우며
일찍 핀 꽃잎만 따다 강물에 띄우며
내 마음 흘러 너 있는 곳에 닿기를 소망했다.
솜털이 부풀어 뽀송뽀송하던 너의 귀밑과
쌍까풀에 살짝 들어간 네 보조개와
수줍게 웃던 빨간 입술이
나를 향해 싱글 웃던 고운 기억에
내 마음을 너에게 도둑맞은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비오는 날이면 너에 대한 그리움은
악성 아토피 피부염처럼 돋아 오르고
작은 심장은 흉곽을 누르며 빨리 뛰었다.
이제는 먼 옛 이야기지만
오늘 같은 날은 기억의 앨범을 들여다본다.
20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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