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나의 당신

신사/박인걸 2020. 11. 23. 04:44

나의 당신

 

아주, 아주 오래 전 봄날

냇가에 서 있을 때 나는 당신을 만났소.

맑은 물에 비친 그대의 모습은

내 맘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노랗게 핀 생강나무 꽃향기가 풍겼지요.

잣나무 향기가 감성을 자극하던 여름 날

당신은 아침햇살로 내 등을 어루만졌지요.

황금빛 피나무단풍잎이 앞산을 감쌀 때

당신은 내 가슴을 뜨겁게 흔들었고

흰 눈이 황톳길을 하얗게 지우던 날

내 가슴에 오두막집을 지었지요.

떠나려는 당신을 나는 붙잡았고

그 날부터 우리는 둘이 하나가 되어

내 안에는 당신이 당신 안에는 내가 살지요.

나는 당신 앞에 자주 토라져도

당신은 내 마음을 매일 만져주고

별빛 같은 당신 눈빛에

내 가슴은 토담처럼 무너지지요.

시간은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 흘러

백 발 성성한 노인이 되었어도

당신은 여전히 나와함께 작은집에 살지요.

은밀한 공간에서 단둘이 만나는

내 영혼의 뿌리를 쥐고 있는 나의 당신이여!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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