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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감동
새빨갛게 익은 붉 나무 아래서
진한 감동에 콧등이 시큰 거리고
복자기 나무 핏빛 단풍잎에서
삶의 절정을 온 몸으로 느낀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의를 갈아입고
억만의 만장(挽章)을 펄럭이면서
장엄한 찬미 속에 진행되는
장례미사의 성스러움에 감탄한다.
골고다 언덕에 높이 달려
숙죄(宿罪)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타락한 중생(衆生)들을 살려내려
살신성인한 신의 아들만큼 고귀하다.
떠밀지 않았는데 오직 스스로
높은 장대 위에서 몸을 날려
한 마리 나비처럼 떠나버리는
그 고운 단풍잎은 붉은 넋이다.
우물쭈물 대거나 망설임 하나 없이
각각의 유언장 하나씩 품고
죽음에 도전하는 저 용기 앞에
가을바람도 숨을 죽인다.
20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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