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절에 감사
봄날의 햇빛은 내 가슴을 흥분케 했고
밤하늘의 별빛은 내 양심을 선하게 했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은
내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성서(聖書)이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당신의 진솔한 속삭임이었습니다.
어둠을 걷어내고 매일 새 하늘을 열어
나에게 무한한 희망을 선물하고
울창하게 우거진 한 여름 숲속에서
당신의 장엄함을 보았으며
세계의 명경치를 걸어 다니다
당신의 위대함에 울어버렸습니다.
슈퍼에 진열된 과일 코너에서
감, 사과, 배, 대추, 바다 건너온 과일에서
나는 당신의 속성을 읽었습니다.
내가 의지하는 당신의 손가락은
지식과 지혜의 기묘이며 불가사이입니다.
저녁녘 단풍 곱게 든 오솔길을 걷다가
당신의 가슴속이 들여다보여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묵상에 잠겼습니다.
기름기 자르르 흐는 햅쌀밥에서
지난여름을 떠올렸습니다.
당신이 쏟아 부은 한여름 햇살이
쌀알에 하얗게 섞여서 맛을 냅니다.
줄 콩이 섶을 타고 오르는 습관과
해바라기가 높게 자라는 기술
벼가 고개를 숙이고 호박이 둥근 것은
처음부터 당신이 그렇게 명(命)해서입니다.
올해는 코로나가 많이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나는 감사절에 당신께 큰절을 하렵니다.
아무 일 없던 작년 보다 더 감사합니다.
2020.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