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초여름 비

신사/박인걸 2019. 6. 1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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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비

 

이틀 째 비가 내린다.

초여름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학동(學童)의 마을을 서성인다.

짝꿍이던 고운 피부의 소녀가

파란 우산을 들고 내 곁에 다가와

아무 말 없이 받쳐주던 추억이 그립다.

너무나 먼 세월의 강을 건넜다.

그 강물은 몇 번을 윤회하여 바다로 갔고

지금도 강물은 계속 차오른다.

떠밀리어 온 삶은 참 멀리도 왔고

지나온 시간들이 모두 귀하다.

기대한 만큼 갖지 못했어도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가슴에 묻어둔 그리움들을 불러오며

초여름 비는 여전히 내린다.

아직 들춰내지 못한 모든 기억들을

오늘은 몽땅 파헤치려나보다.

그 소녀도 지금 나처럼 익었겠지

생각보다 매우 그립다.

2019.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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