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추억
어둠이 장막처럼 마을을 덮으면
평화로운 고요가 밀물처럼 깃들고
모깃불 마당에 모락모락 오르면
멍석에 둘러앉아 별을 세던 정겨움
풋 강냉이 오이냉국 호박 잎 쌈에
밭일 지친 아버지 흐뭇한 웃음
고단한 아낙네 꿈길로 이끄는
은율타고 흐르던 여울 물 소리
숲에서 들려오던 풀벌레 노랫소리
피곤에 지친 농부 위로의 선물
초가지붕위로 보름달 둥실 떠오르면
하얗게 핀 박꽃이 수줍게 웃고
새끼 줄 하나에 목숨을 걸고
줄줄이 피어나던 보랏빛 나팔꽃
전선 줄 하나 없는 마을 허공을
거침없이 질주하던 황조롱이야
꿈을 싣고 흘러가던 은하수 폭포
호수위로 쏟아지던 별빛의 행렬
앞산에서 밤새 울던 등 뻐꾸기는
아직도 여전히 울고 있을까
이제는 고향마을 고안심곡 이지만
가슴 속에 영롱한 여름밤의 추억
2019.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