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단풍(丹楓)

신사/박인걸 2018. 10. 2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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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丹楓)

 

화투장 시월 풍단(楓丹)보다 더 짙은

뒤섞인 각목(各木)의 혼들이

임종(臨終)의 숨을 몰아쉬는 숲에는

송별의 미사가 드려지고 있다.

 

미사(美辭)와 여구(麗句)의 꾸밈이 없이

나무들의 살아온 이력(履歷)

사실대로 드러내 보이는

심판(審判)의 판결문이 색깔로 나부낀다.

 

열정을 다한 홍색(紅色)

곱게 살아온 주황(朱黃)빛 잎들이

가을 햇살에 현란(絢爛)하게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다.

 

영예(榮譽)롭게 살다가

황홀(恍惚)하게 살아질 수만 있다면

나의 혼()을 다 쏟아 부어

단풍잎처럼 곱게 늙어 가리라.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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