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리운 풀피리

신사/박인걸 2025. 5. 25. 04:08
  • 그리운 풀피리
  •  
  • 내안에는 아직도 풀피리가 살아 있어
  • 숨을 불어넣으면 잠든 자아가 깨어난다.
  •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그 날의 숨결
  • 입술에 닿는 바람은 고향의 음성이다.
  • 바람도 길을 잃지 않던 시절
  • 밭둑위를 걷던 발자국은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 흙먼지 뒤집어쓴 맑은 웃음들
  • 땀 냄새 진하게 풍기던 그날의 이름들
  • 그것들은 내 정체의 깊은 뿌리였다.
  • 휘파람도 흉내 못 낼 그 맑은 풀피리 소리는
  • 세상과 나 사이의 최초 언어였고
  • 소리보다 깊은 곳에서 불러내던 울림은
  • 말보다 먼저 배운 나의 첫 기도였다.
  • 나는 아주 오랜 연식의 얼굴로 살지만
  • 풀잎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때면
  • 가슴 깊이 투명한 나의 아이가 깨어나고
  • 나는 다시 사람이 되는 길 위에 선다.
  • 2025,5,24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망상  (0) 2025.05.27
감자꽃 필 무렵  (0) 2025.05.26
모란이 피던 날  (0) 2025.05.23
죽음의 밭에서  (0) 2025.05.21
노을에 젖다.  (0)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