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면 가는 길
- 하뱃재고개를 넘어 율전에 이르면
방내에서 달려온 바람이 반갑게 맞아주고
상뱃재고개를 돌고돌아 노양골에 이르면
계방산 안개 속 새목의 숨결이 느껴지네.
문암마을, 자운리를 떠올리며
내면의 심장 창촌마을에 다다르면
석화산 그림자가 광대버덩 위로 드리우네.
한이 마을을 저편에 두고
광대평을 끌어안고 흐르는 물길을 따라
절애 마을을 지나 원당에 다다르면
추억에 찌든 원당초교가 정답게 맞이하네.
광원 산골에 걸린 바람은
살둔과 월둔을 포근히 감싸 안고
달둔까지 이르는 산길에서
샘골의 물소리 속삭이듯 다가오네.
을수의 맑은 강물은 대산마을로 이어지고
삼봉약수 물맛은 전국 최고의 탄산음료이네.
명개천 따라 북대의 숲에 이르면
오대산의 기운이 한곳으로 흐르고
아흔아홉구비 구룡령은
지나가는 길손마다 가슴에 품어주네.
강냉이와 감자 내음이 가득하고
고랭지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은둔의 땅에서 맞는 저녁
멀어져 가는 길 위에
옛이야기들이 낮게 깔려 흐르네.
시간을 거슬러 그리움의 골짜기를 지나
천혜의 요새, 정다운 벽촌을 찾을 때마다
나는 그 길에서 다시 나를 찾네.
그래서 내면 가는 길은 나의 내면을 찾는 길이네.
2024,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