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비오는 날

신사/박인걸 2023. 5. 9. 20:41
  • 비오는 날
  •  
  • 아스팔트위로 도랑물이 흐른다.
  • 젖지 않은 땅이 없다.
  • 비는 마음에 숨은 우수(憂愁)를 불러낸다.
  • 얼마전에 핀 가로수 잎이
  • 직격탄을 맞고 부러져내린다.
  • 활짝 웃던 철쭉꽃이 떨어질 때
  • 나는 안타까워할 뿐 도와줄 수 없다.
  • 어릴 적 홍역 앓던 친구가 죽던 날
  • 나는 붉은 철쭉꽃을 보며 울었다.
  • 그 아이의 영혼은 비오는 날이면
  • 눈물을 흘리며 옛집 마당을 서성이겠지
  • 내가 키우던 말티가 늙어서
  • 백내장에 걸려 시력을 잃고
  • 복부에 생긴 유선종양으로 눈을 감던 날
  • 비는 우리집 창문을 사정없이 두둘겼다.
  • 봄비가 내리는 날이면
  • 산골 마을에는 이상하게 초상이 났고
  • 구슬피 우는 상주(喪主)의 눈물이
  • 빗물에 섞이는 것을 보았다.
  • 슬픈 일은 언제나 비오는 일어나고
  • 비는 언제나 가슴 아픈 사람의 눈물을 자아낸다.
  • 어제부터 내리는 비는 그치지 않는 걸 보면
  • 이 땅에는 슬픈 사람이 많은가보다.
  • 어머니가 숨지던 날에도 비는 쏟아졌고
  • 군에서 죽은 형 장사지낼 때 비가 쏟아졌다.
  • 질척거리며 비가 내릴 때면
  • 내 마음도 심하게 질척거린다.
  • 20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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