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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牛)

신사/박인걸 2022. 9. 18. 21:57
  • 소(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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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라리 한 마리 소가 되어
  • 멍에 메고 밭을 갈고
  • 달구지 끌고 언덕길을 오르고
  • 등짐 지고 산길을 가다가
  • 외양간에서 잠을 자고
  • 주인이 주는 여물을 먹고
  • 주인이 때리면 맞고
  • 우시장에서 낯선 사람에 팔려
  • 새 주인을 섬기다
  • 어느 날 도살장에서 사라지면 어떨까.
  • 희로와 애락의 감정에 널뛰지 않고
  • 시련이나 비련의 곡절없이
  •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서
  • 칼끝처럼 파고드는
  • 번민과 갈등의 늪에 빠져
  • 비탄의 한숨을 토하지 않아도 되는
  • 한 마리 소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 선택과 결정의 고민없이
  • 눈물과 회한으로 잠못이루지 않는
  • 미래의 충격을 예측하거나
  • 과거의 실수를 반추하지 않아도 되는
  • 한 마리 소가 사람보다 낫지 않을까.
  •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늘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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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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