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어느 바닷가

신사/박인걸 2021. 12. 13. 13:05

어느 바닷가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나 혼자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다.

떠돌이 갈매기들은 하늘을 배회하고

바닷바람은 비릿한 냄새를 실어와도

파도가 하얗게 밀려드는 저녁녘

수평선 노을에 내 마음을 담그고 싶다.

바다 빛 어둠이 파도 위에 펼쳐지고

외딴 섬에는 등댓불이 깜빡이면

잦게 울던 고동 소리도 사라진

텅 빈 해변의 쓸쓸함에 묻혀보고 싶다.

복잡한 인간관계의 문명병을 앓으며

머리끝까지 차오른 스트레스를

출렁대는 바닷가에 홀로 서서

가슴을 훌렁 뒤집어 털어버리고 싶다.

내가 나를 옭아맨 올가미에 끌려

자유를 잃고 끝없이 헤매던

낡은 끈을 끊어 바다 한가운데 던져버리고

나는 한 마리 갈매기가 되고 싶다.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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