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빨간 네온의 십자가가
밤이면 도시 하늘에 내 걸리고
샛별이 스러지는 순간까지
어두운 도시를 밝힙니다.
망망대해의 등대보다
등산로의 길표보다 더 많은 것은
인생항로에 길 잃은 이들이 많아
촘촘히 걸어놓은 듯합니다.
더러는 붉은 십자가를 쳐다보며
상업주의를 운운하고
양 눈에 쌍심지를 돋우기도 하지만
십자가는 방황하는 이들이 표지랍니다.
핏빛처럼 붉은 가슴으로
누군가를 진하게 사랑해 본 사람만이
밤마다 장미꽃처럼 피어나는
십자가의 의미를 알 수 있답니다.
누군가가 죽어야 누군가가 사는
영원한 대속(代贖)의 원리는
한 송이 새빨간 보혈의 꽃으로 피어
사람들의 가슴을 흔든답니다.
202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