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십자가

신사/박인걸 2021. 6. 11. 09:36

십자가

 

빨간 네온의 십자가가

밤이면 도시 하늘에 내 걸리고

샛별이 스러지는 순간까지

어두운 도시를 밝힙니다.

 

망망대해의 등대보다

등산로의 길표보다 더 많은 것은

인생항로에 길 잃은 이들이 많아

촘촘히 걸어놓은 듯합니다.

 

더러는 붉은 십자가를 쳐다보며

상업주의를 운운하고

양 눈에 쌍심지를 돋우기도 하지만

십자가는 방황하는 이들이 표지랍니다.

 

핏빛처럼 붉은 가슴으로

누군가를 진하게 사랑해 본 사람만이

밤마다 장미꽃처럼 피어나는

십자가의 의미를 알 수 있답니다.

 

누군가가 죽어야 누군가가 사는

영원한 대속(代贖)의 원리는

한 송이 새빨간 보혈의 꽃으로 피어

사람들의 가슴을 흔든답니다.

2021.6.11

'신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섭리(攝理)  (0) 2021.07.10
우리교회 풍경  (0) 2021.06.17
부활절 소고(小考)  (0) 2021.04.02
감람산의 기도  (0) 2021.03.26
당신의 사랑  (0) 202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