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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신사/박인걸 2018. 7. 4. 09:44


양심(良心)

             시인/박인걸

전봇대 아래는 더러운 쓰레기가 널려있고

매일 밤 버려진 양심이 함부로 뒹군다.

폐기물 스티커 없는 장롱이

어떤 집 대문 앞에 관처럼 서있고

자동세차를 마친 승용차가

토사물 파편에 맞아 울고 있다.

저녁이면 야한 여자가 종이쪽지에서 웃고

굵은 아라비아 숫자가 증강현실처럼 출렁인다.

태양은 젖지만 작은 해들이 불을 밝히고

도시 골목은 분열병환자들로 북새통이다.

걸어 다니는 담배연기는 허파를 괴롭히고

총성 없는 싸움이 어깨와 어깨사이에서 치열하다.

도시 골목에는 떳떳하지 못한 얼굴들이

가면을 하나씩 뒤집어쓰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활보한다.

양심(良心)이 양심(兩心)된 골목에는

페튜니아 꽃도 시들었다.

태생(胎生)이 모질지 못한 사내는

매일 발바닥이 화끈거린다.

영혼(靈魂)이 맑은 하얀 염소의

뽀얀 젖을 짜 마시고 싶다.

201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