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길을 걸으며

신사/박인걸 2016. 4. 22. 16:03

길을 걸으며

누구나 걷고 싶어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가야하니까 걷는 것이다.
누구나 가고 깊어 가는 것만도 아니다.
억지로라도 가야할 때가 있어서 간다.
되돌아서고 싶은 길이지만
그러기에 너무 멀리 와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다른 길이 없기에 가야만 한다.
때론 너무 협착하여 숨이 막혀 와도
배를 땅에 대고라도 기어야 했다.
그래도 이 길을 걷는 이가 많다.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누군가 기다려서일까
무엇을 위하여 나는 이 길을 걷는 것일까
누구를 위하여 걷는 것일까.
끝도 모를 이 길을 왜 걷는 것일까.
길 가에 고운 꽃이 피었다.
어제는 이 길에 억센 비가 내렸다.
어렴풋한 추억을 되살려보면
캄캄한 밤길에 헤맨 적도 많았다.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되돌아오는 이는 하나도 없다.
이 길 끝에 무엇이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다.
참 먼 길을 걸어왔다.
처음 떠난 길은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비슷한 길을 걸어왔기에 호기심도 사라졌다.
이제는 숨이 차다
다리가 많이 낡아서이다.
어느 날 두 다리가 풀리게 되면
길을 가다가 풀썩 주저앉겠지
거기가 나의 걷는 길의 끝이겠지!
오늘은 발걸음이 더욱 무겁기만 하다.
2016.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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