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희망

신사/박인걸 2015. 7. 28. 10:07

희망

태풍이 지나간 자리
중상을 입은 아카시아 나무가
쥐어뜯긴 나뭇잎들과
끝내 버티지 못한 느티나무를 보며
긴 한숨을 쉬고 있다.
피어나던 꽃들은 고개를 숙였고
연한 순들은 바들바들 떤다.
산사태가 훑고 지나간 자리는
전쟁의 상처보다 더 크고
벼락 맞은 나무는 싸매는 주는 이도 없다.
희망은 바다 속에 가라안고
꿈은 진흙탕에 묻혔다.
하지만 참화를 맞은 숲은 정신을 차리고
넘어진 자리에서 스스로 일어선다.
야생화는 더 진하게 피어나고
목이 꺾인 잡초에서 새순이 돋아난다.
헝클어진 숲은 제자리를 찾고
슬픔에 잠긴 새들이 노래를 부른다.
드넓은 숲은 하나가 되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말없이 일한다.
하늘이 열려있어서다.
구름한 점 없이 활짝 열려있어서다.
뜨거운 여름 태양빛이 이글거리며
상처 입은 숲에 희망을 줘서다.
심술궂은 바람이 훼방을 해도
하늘이 활짝 열려있다면 희망은 있다.
하늘만 닫히지 않으면 또 다시 일어설 것이다.
201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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