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질그릇

신사/박인걸 2015. 7. 28. 10:14

질그릇

어느 낡은 박물관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질그릇들이
옛 주인을 못 잊어 하며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어느 도공의 옹기가마의
뜨거운 불속에서 연단되어
작품이라며 인정받아
어느 집 밥상에서 사랑받았으나
도자기에 밀려 소박을 맞고
가슴 깊이 상처를 남긴 채
지금은 쓸쓸히 뒹굴고 있는가.
더러는 이가 빠지고
잔금이 거미줄처럼 얽혀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은
색깔마저 바랜 질그릇이여
황실에서 쓰임 받던
청자 백자 청화산수화조문이 못돼도
순수와 투박함으로
농부의 가슴을 덥혀주며
서민의 사랑을 한 몸으로 받던
모나지 않은 질그릇에서
나는 농부였던 내 아버지를 본다.
201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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