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망가진 교회

신사/박인걸 2024. 6. 19. 22:36
  • 망가진 교회
  •  
  • 희미한 달빛 은은하게 내려앉고
  • 예배당 지붕마다 새빨간 십자가 빛나지만
  • 교인들 가짜 믿음에 휘말려 빛이 바래는구나!
  • 얼굴에 핏대 세우고 외치는
  • 설교자의 얕은 성경해석에도 ‘아멘’ 하며
  • 지루한 강론에도 미소지으며
  • 뒷좌석에 앉아 떠나지 않는 신자
  • 죄의 무게만큼 밀려드는 조명
  • 예배당에 뒹구는 성경책
  • 어지럽게 붙어 있는 현수막
  • 빈 강단에 적혀 있는 복잡한 성경구절은
  • 누구의 믿음도 키워주지 못한다.
  • 새벽과 밤에모여 기도하지만
  • 신도들 마음은 하나되지 못하고
  • 끼리끼리 따로따로 모여
  • 설교자의 가르침과는 정 반대의 길로 간다.
  • 소리높여 찬양 부르는 입술과
  • 과도하게 부르짖어 외치는 기도 소리에도
  • 하룻밤 새 사라지는 성스러움과
  • 여전히 진실이 사라진 허수아비들
  • 무엇엔가 엉망으로 취한 성직자는
  • 자기 교인 이름도 외우지 못하고
  • 오래된 계급장을 단 중직들은
  • 자신의 죄도 계산하지 않는다.
  • 때론 은혜로운 표정지으며
  • 습관적인 눈물을 흘리며
  • 성경책 가슴에 품고 오가지만
  • 신앙은 내용하나 없이 껍데기일 뿐
  • 성전 문지방만 구둣발에 차여 닳았다.
  • 하나같이 가면을 쓰고 앉아서
  • 화해없는 회개 기도가 허공을 울릴 때
  • 천사들의 얼굴이 화끈거린다.
  • 선악과를 매일같이 따먹는 교인들
  • 예수는 몇 번을 더 죽어야 할지
  • 믿음을 송두리째 찢어버린 망가진 교회
  • 구원자 예수의 눈물이 피로 변해 흐른다.
  • 202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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