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모음

그해 여름 밤

신사/박인걸 2023. 2. 20. 08:46
  • 그해 여름밤
  •  
  •                            박인걸
  •  
  • 쏟아지는 별빛을 물결에 싣고
    밤새도록 지줄대며 흐른 냇물아
  • 반디불이 깜박이던 한여름밤
    불협화음에도 정겹던 풀벌레 노래
    소나무숲 방금 지나온 바람
    가슴까지 닦아내는 고마운 길손
  • 왕거미 집 짓던 처마 밑에서
    꿈길을 거닐던 하얀 바둑이
  • 희미한 초승달 별 숲에 갇혀
    밤새 노 젓다 지친 나그네
  • 산새도 깊이 잠든 검은 숲 위로
    더러는 길 잃은 운석의 행렬
    수줍어 한밤에 고개를 들고
    밭둑에 피어나는 달맞이꽃아
    적막에 잠든 고향 마을에
    은하수 따라 흐르던 그리움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 너머로
    꿈길에 더러 거니는 그해 여름밤.

'좋은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정  (0) 2023.02.24
그 여자네 집  (0) 2023.02.20
접시꽃 당신  (0) 2023.02.20
배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0) 2023.02.20
광야  (0)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