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 가로수

신사/박인걸 2020. 1. 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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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로수

 

구부정한 플라타너스가 서있다.

온 종일 아스팔트를 굽어본다.

마른 잎사귀 하나 없이

맨 몸으로 겨울을 건넌다.

보도블록이 발등을 짓누르고

용신도 못한 채 살아간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죄수처럼

차렷 자세의 중형을 치른다.

() 바람이 연이어 분다.

미친바람도 가끔 돌진한다.

몸은 묶였어도 자유론 가지들은

신 바람나게 춤을 춘다.

해빙(解氷)을 기다린다.

어딘가에서 봄은 오고 있다.

한 겨울이 바닥을 찍고

잎이 필 날을 나무는 기다린다.

나는 아주 많은 겨울을 살았다.

추위와 바람에 이골이 나서

이런 겨울은 대단하지도 않다.

나무 곁에 서니 동지애가 든다.

20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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