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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로수
구부정한 플라타너스가 서있다.
온 종일 아스팔트를 굽어본다.
마른 잎사귀 하나 없이
맨 몸으로 겨울을 건넌다.
보도블록이 발등을 짓누르고
용신도 못한 채 살아간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죄수처럼
차렷 자세의 중형을 치른다.
차(車) 바람이 연이어 분다.
미친바람도 가끔 돌진한다.
몸은 묶였어도 자유론 가지들은
신 바람나게 춤을 춘다.
해빙(解氷)을 기다린다.
어딘가에서 봄은 오고 있다.
한 겨울이 바닥을 찍고
잎이 필 날을 나무는 기다린다.
나는 아주 많은 겨울을 살았다.
추위와 바람에 이골이 나서
이런 겨울은 대단하지도 않다.
나무 곁에 서니 동지애가 든다.
20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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