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이여 오거라

신사/박인걸 2019. 2. 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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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여 오거라.

 

얼어붙은 산하(山河)

해빙(解氷)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차가운 강()바람만 마른 갈대를 휘젓는다.

얼음장은 강 뿌리에 닿고

시냇물 소리는 꿈속에서나 들린다.

버들강아지는 잔뜩 움츠렸고

겨울 햇살은 냉기(冷氣)에 도망친다.

놀던 고기떼는 어디로 갔을까.

개구리들은 동사(凍死)할까 두렵구나.

보기 드문 겨울 가뭄에

황사먼지는 겨울 수목(壽木)을 덮어

기관지를 앓는 노인처럼

()없이 늘어지니 가엽구나.

입춘(立春)은 달력에만 있는가.

바다건너 마을에는 유채(油菜)가 피었다던데

백설(白雪)이 발목에 쌓이니

얼어붙은 대지는 언제나 녹으려나.

봄이여 어디쯤 오고 있느냐

종달새 노래가 많이 그립다.

새파란 보리밭이 보고만 싶구나.

아버지 일구던 텃밭을 깊이 파고

잘 여문 씨앗을 심고 싶구나.

어머니가 가꾸던 마당가 꽃밭에

분홍 꽃 피는 배추국화를 심고 싶구나.

봄이여 지체 말고 오거라.

얼어붙은 대지를 힘차게 딛고 오거라.

201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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