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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질 때

신사/박인걸 2016. 11. 19. 11:41

낙엽이 질 때

 

낙엽이 져도

슬프게 뚝뚝 떨어져

텅 빈 숲이 한없이 쓸쓸해도

나는 예사롭게 생각하리.

가을이 가는 서러움을

예순 번도 더 넘게 겪었니라.

 

마지막까지 붉게 타던

마로니에 공원의 적 단풍잎이

바람과 함께 내린 가을비에

속절없이 주저앉아도

그 가련함 가엽게 여기지 않으리.

어차피 떠나야할 운명이러니

 

핏빛 그 황홀함의 탄성이

카메라 피사체의 표적에서 사라져도

내 주머니 누런 지폐가

거래로 건네지는 냥 여기리.

한 해의 첫 계절이 오면

붉은 잎보다 더 연한 생김새보리니

 

기다리리. 나 기다리리.

네 철 끝 계절을 눈 속에 발을 담그고

모질고 끈덕진 사람으로

한 점 끄떡없이

새잎이 돋아나는 꿈을 꾸며

그날을 기다릴 테요.

2016.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