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질 때
낙엽이 져도
슬프게 뚝뚝 떨어져
텅 빈 숲이 한없이 쓸쓸해도
나는 예사롭게 생각하리.
가을이 가는 서러움을
예순 번도 더 넘게 겪었니라.
마지막까지 붉게 타던
마로니에 공원의 적 단풍잎이
바람과 함께 내린 가을비에
속절없이 주저앉아도
그 가련함 가엽게 여기지 않으리.
어차피 떠나야할 운명이러니
핏빛 그 황홀함의 탄성이
카메라 피사체의 표적에서 사라져도
내 주머니 누런 지폐가
거래로 건네지는 냥 여기리.
한 해의 첫 계절이 오면
붉은 잎보다 더 연한 생김새보리니
기다리리. 나 기다리리.
네 철 끝 계절을 눈 속에 발을 담그고
모질고 끈덕진 사람으로
한 점 끄떡없이
새잎이 돋아나는 꿈을 꾸며
그날을 기다릴 테요.
2016.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