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못 잊는 여름

신사/박인걸 2015. 7. 30. 07:01

못 잊는 여름

붉은 햇살이 마을을 달궈도
밭고랑에 엎드린 마을 아낙네
아기 업은 옥수수도 땀을 흘리고
빳빳하던 볏 잎도 힘을 잃는다.
동네 개들 몰려다니다
긴 혀 빼내 물고 그늘을 찾고
매미도 한껏 노래 부르다
지쳐서 어디론가 깊이 숨었다.
동네 철부지들 고운 냇물에
개구리 개헤엄 마냥 즐겁고
저녁 하늘 맴돌던 잠자리 쫓아
분주하게 오가던 제비 떼들아
모깃불 솔솔 타오를 때면
데친 호박 잎 쌈에 입이 터지고
어둠이 내려앉는 너른 들판에
반딧불이 껌벅이던 한 여름 밤
멍석위에 누운 푸른 아이는
은하수 위에 꿈을 가득 싣고서
밤새 노 젓는 반달을 따라
도회지 하늘 위를 그리워했다.
뒤뜰에 서 있던 오디나무야
이맘때면 곱게 피던 접시꽃아
달리아 꽃처럼 웃던 소녀야
이제는 곰삭은 옛 추억으로
복잡한 기계소리 고막을 긋고
내뿜는 열기에 숨이 막힐 때면
도회지 삶에 지친 나그네는
그 시절 여름을 못 잊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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