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치성(致誠)

신사/박인걸 2018. 3. 4. 08:02
반응형


치성(致誠)

 

어머니는 서낭당에 절을 했다.

삶이 고달파 신령의 도움이 절박했다.

아직은 젊은 아낙네지만

살아온 길이 녹록치 않아서다.

 

산골 소년은 퀭한 눈빛으로

치성을 드리는 어머니 곁에 서서

살림살이가 나아지길 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목상을 하다가 망했다.

초가집은 오른 쪽으로 기울고

비가 오면 안방에 양재기를 놓아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았다.

 

자식 중 한 명은 굶주리다

몹쓸 병을 앓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산도라지 곱게 핀 돌 각담에

산비둘기 우는 날 묻었다.

 

어머니 가슴에는 깊은 골이 파였고

눈앞에는 절벽이 곤두 서 있어

오르기엔 도무지 가능치 않아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는 심정이었다.

2018.3.4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  (0) 2018.03.07
봄비  (0) 2018.03.05
참 좋은 친구  (0) 2018.02.26
산새에게  (0) 2018.02.23
여정(旅程)  (0) 2018.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