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비(雨)

신사/박인걸 2024. 6. 13. 23:14
  • 비(雨)
  •  
  • 비가 온다.
  • 흐느끼며 비가 온다.
  • 소리치면서 비가 쏟아진다.
  • 빗줄기 창문을 두드리며 거세게 오고
  • 천둥과 번개는 세상을 찢는다.
  • 내 어머니는 한평생 비를 맞으며
  • 자기 운명을 비에 헹구어 내며 울었다.
  • 온종일 비맞는 사람의 방에서
  • 등잔불은 늙은 어머니 주름처럼 수그러지고
  • 나는 캄캄한 밤을 혼자 걸었다.
  •  
  • 비가 온다.
  • 내 머리 위로, 때론 가슴에 쏟아진다.
  • 발걸음 닫는 곳마다 고독이 고여
  • 길위에 물웅덩이가 깨어지고
  • 길가 비에 젖은 잡초는 몸서리치며
  • 길잃은 새들이 슬프게 운다.
  • 이렇게 하염없이 비내리는 날에는
  • 모든 생각을 주머니에 쑤셔넣고
  • 나는 이명(耳鳴)처럼 들리는 빗소리에
  • 고집 샌 거위처럼 눈을 감는다.
  • 202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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