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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무정
텅 빈 하늘에 낮달이 떠 있고
어떤 뻐꾸기는 멀리서 울고 있었다.
뒷산 고운 선(線)은 여전했지만
그 때 푸르던 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매끈한 아스팔트위로 차들이 왕래하고
낯선 펜션들이 몫 좋은 자리에 간판을 걸었지만
나를 반겨줄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일렬로 서서 사열 받던 옥수수군단과
비탈 밭 일렁이던 자주 빛 감자 꽃
누렇게 익던 호밀 밭 풍경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지만
볼록렌즈 두터운 안경을 써도 보이지 않았다.
흘러가는 냇물도 옛 물이 아니고
스쳐가는 바람도 그 때 그 바람이 아니었다.
내가 남긴 발자국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밟아버렸고
내 마음에 담아놓은 고향을 누가 훔쳐버렸다.
그러나 흙은 그 때 흙이고
향긋한 시골향기는 아직 남아있었다.
앉아 놀던 칡소 바위에 걸터앉으니
함께 멱 감던 동무들 얼굴이 강물에 비친다.
20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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