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바람

신사/박인걸 2019. 12. 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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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

 

()가 고압 전깃줄에

감전 된 겨울바람이 비명을 지른다.

깊이 잠든 도시를 뒤흔들며

바람은 술 취한 듯 비틀거린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훼방꾼은

기어이 이 밤에 또 난동을 부린다.

칼바람이 휘젓는 동안

폭군(暴君)에 놀란 가슴은 불안하다.

하늘의 별들은 암운(暗雲)에 숨고

도시 비둘기들도 숨을 죽인다.

옆 집 함석 간판의 외마디 소리에

불안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겨울이면 되살아나는

잊히지 않는 아픈 기억들이

켜켜이 쌓인 가슴에는

분노(忿怒)가 송곳처럼 치민다.

상처 입은 가슴을 포근히 감싸던

그 하얀 폭설이 마냥 그리운데

격렬한 바람만 요동(搖動)치니

이 밤은 상당히 지루할 것 같다.

아직은 내 마음이 너그럽지 못해

광풍(狂風)을 포용하기엔 좁다.

시련을 몇 차례 더 겪으면

동풍(冬風)도 감싸 안을 수 있으리.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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