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겨울바람
창(窓)가 고압 전깃줄에
감전 된 겨울바람이 비명을 지른다.
깊이 잠든 도시를 뒤흔들며
바람은 술 취한 듯 비틀거린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훼방꾼은
기어이 이 밤에 또 난동을 부린다.
칼바람이 휘젓는 동안
폭군(暴君)에 놀란 가슴은 불안하다.
하늘의 별들은 암운(暗雲)에 숨고
도시 비둘기들도 숨을 죽인다.
옆 집 함석 간판의 외마디 소리에
불안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겨울이면 되살아나는
잊히지 않는 아픈 기억들이
켜켜이 쌓인 가슴에는
분노(忿怒)가 송곳처럼 치민다.
상처 입은 가슴을 포근히 감싸던
그 하얀 폭설이 마냥 그리운데
격렬한 바람만 요동(搖動)치니
이 밤은 상당히 지루할 것 같다.
아직은 내 마음이 너그럽지 못해
광풍(狂風)을 포용하기엔 좁다.
시련을 몇 차례 더 겪으면
동풍(冬風)도 감싸 안을 수 있으리.
2019.12.14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