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치악산

신사/박인걸 2015. 10. 10. 11:10

 

치악산

깊은 계곡의 물소리는
먼 옛날의 전설을 속삭이고
수채화보다 더 고운 단풍은
시월의 산허리를 감싼다. 

비틀거리는 나그네를
나뭇가지가 붙들어 주고
등골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산바람이 닦아준다.

말 잔등을 걸어가듯
아슬아슬한 곡예 길에서
처음 이 길로 걸어간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리고

지붕을 오르는 사다리보다
더 가파른 절벽 앞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지만
정상이 저기 있어 멈추지 못했다.

눈 아래 펼쳐진 가을은
적황색 파도로 넘실거리고
정상에 내려앉은 맑은 하늘이
山客에게 큰 위로를 선물한다.
201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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